제4호 [발행인의 글] UN AI 허브, 잔잔한 물결이 시작되었다

제4호 [발행인의 글] UN AI 허브, 잔잔한 물결이 시작되었다

최근 국내외 언론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한국 관련 뉴스가 있었습니다. WHO를 비롯한 UN 산하 6개 국제기구가, UN의 신설 기관인 ‘AI 허브’를 한국에 유치하는 데 협조하기로 했다는 내용입니다.

AI 허브라는 개념 자체가 아직 생소하다 보니, 이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그리고 테크 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민간 영역에서 국가도 아닌 국제기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불안과 공포의 국제 뉴스 속에서 제가 이 소식을 주목한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대결 중심의 국제 정세 속에서 인류 보편의 가치와 공존의 영역이 점점 약화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은 UN 및 산하 기구에 대해 공개적인 불신과 거리두기를 보이고 있으며, 유럽의 주요 국가들 또한 점점 자국 중심의 판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신흥 강국인 중국은 아직까지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기에는 시스템적으로 불투명한 부분이 존재합니다.

둘째, 군사·경제·이념 어느 한 영역에서도 절대적 우위를 가진 국가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오랜 시간 축적해온 인프라와 질서가 무의미해질 정도로 기존 강대국들은 스스로 균형을 흔드는 선택을 하고 있으며, 오히려 변화에 민감하고 유연하게 대응하는 국가들이 새로운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셋째, 양극화의 심화 속에서 반지성적이고 권위적인 지도자를 선택한 국가들과, 이에 대응해 제도와 균형을 지켜낸 국가들 간의 격차가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과거와 달리, 권위주의적 정권은 국익보다 사익에 치우치며 국제 질서를 훼손하고 신뢰를 잃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은 역사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로 나아가고 있는 듯합니다. 단순한 추격자가 아니라, 국제 질서를 주도하는 국가로 도약하려는 움직임이 보입니다.

미국의 역사에서 텍사스는 특별한 의미를 가집니다. 하와이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독립국가로서 미국에 편입된 주이며, 그만큼 강한 자부심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많은 텍산들은 텍사스가 미국과 ‘동등한 파트너’이며, 자유와 개척의 정신 역시 텍사스에서 비롯된 부분이 크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동안 한국이 국제 질서를 주도하지 못했던 이유는 다양하겠지만, 그중 하나는 스스로를 강대국과 동등한 위치에 두지 못했던 내면의 한계였을지도 모릅니다.

텍사스 동문 여러분, 우리가 텍사스에서 배운 그 ‘대등함의 태도’를 이제는 한국의 미래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요? 한국이 세계를 이끄는 국가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우리가 그 역할을 함께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만나온 동문들은 충분한 역량과 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글로벌 텍사스’, 그리고 ‘글로벌 코리아’를 이끌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발행인 김요한 (텍사스대학교 오스틴 한국 동문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