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호 [라이프스타일] 🗣️🤖🫂AI가 새로운 절친이자 서로 비밀을 털어놓는 존재로 적합한가

제2호 [라이프스타일] 🗣️🤖🫂AI가 새로운 절친이자 서로 비밀을 털어놓는 존재로 적합한가
AI로 생성된 이미지

텍스트 기반 AI 서비스를 개인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제가 오랜 시간 동안 인문학 교육을 통해 훈련받아 온 글쓰기에 대한 신념과 깊은 관련이 있습니다. 사진이나 그래프보다도 글을 통해, 탄탄한 문장으로 제 생각을 정교하고 예리하며 빈틈없이 정확하게 표현하는 것, 그것이 제가 받은 인문학 교육의 기본이자 핵심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텍스트 기반 AI나 온라인 번역 서비스를 켜는 걸 생각만 해도 거부감이 따랐습니다. 시대의 변화 역시 낯설고 당황스럽게 느껴지기도 한 게 사실입니다. 개인정보 보호에 워낙 민감한, 사적인 영역이 중요한 사람이어서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가볍게 '나도 한 번 대화를 해 볼까?' 생각이 들었던 것은,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AI와의 대화창을 열어서 자발적으로 일상을 공유하고, 고민 상담도 하고, 가장 내밀한 감정을 털어놓고, 자기 삶에 대해서 자기가 가져야 할 의견을 AI에게 물어보기도 하고, 적지 않은 사람들이 AI를 "나의 유일한 친구"로 부르기까지 하여서 궁금해졌기 때문입니다. 대화를 해 본 내용은 뷰티 컨설팅 받기부터, 힘든 연애에서 얻은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고민 상담하기까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친밀함을 위해 AI를 찾는 이유

  • "저비용": 전문가에게 1:1로 받는 컨설팅이나 심리 상담 서비스는 비용도, 진입장벽도 높지만, AI는 구독료만을 비용으로 따지면 (사실은 개인적 이야기가 데이터로 제공될 수 있다는 것으로도 비용이 지출되는 것이지만) 높지 않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 뛰어난 접근성: 언제든 켜서 대화할 수 있다고 느껴집니다.
  • 듣는 이를 괴롭힌다는 부담에서 비교적 자유로움: 사람 친구를 나 힘들다고 오랜 시간 동안 붙들고 차마 같은 이야기로 괴롭힐 수 없는 것을 생각하면, 죄책감을 덜고, 말하고 싶은 만큼 오랫동안 말할 수도 있는 것도 일견 장점처럼 보입니다. 또한 AI는 사용자가 하는 말에 비난 등 부정적인 반응을 하지 않고 침착하게 잘 들어주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렇지만 개인정보와 사생활이 침해될 우려부터, AI와의 거듭된 친밀한 의사소통으로 AI에의 정서적 의존성이 높아질 우려를 생각하면, 과연 우리가 AI를 가까운 친구로 여겨도 괜찮은가 의문이 생깁니다.


AI와 인간의 의사소통은 어떻게 다른가

  • 인간의 대화는 상호적입니다. 대화를 통해 두 사람 모두가 영향을 받고, 관계는 공동의 기억과 상호 취약성을 축적해 갑니다.
  • 반면 AI와의 대화는 비대칭적입니다. 사용자는 자신의 모든 면을 드러내지만, AI는 패턴 인식 기능만을 제공할 뿐 ‘자아’는 지니고 있지 않습니다.
  • AI는 말을 끊거나, 화제를 돌리거나, 방어적으로 반응하거나, 지루해하거나, 대화를 자기 이야기로 전환하지 않습니다.
  • AI의 반응은 공감적이고 몰입된 것처럼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는 사용자의 이야기에 실제로 감정적으로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 아니라, 그러한 반응이 ‘좋은 대화’로 학습되었기 때문입니다.
  • 현재 대부분의 시스템은 세션 간 기억을 유지하지 않으며, 사용자의 개인적 맥락을 지속적으로 간직하지 않습니다. 종국에는 대화나 상담에 있어 연속성이 눈에 띄게 떨어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 인간에게 비밀을 털어놓는다는 것은 실제 사회적 위험을 감수하는 일입니다. 상대가 부정적으로 반응하거나, 타인에게 알리거나, 거리를 둘 가능성도 있습니다. 바로 그 위험이 취약성을 의미 있게 만듭니다. 반면 AI와의 관계에서는 그러한 위험이 거의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안전하게 느껴지지만, 동시에 의미있는 친밀감을 만드는 요소 또한 사라집니다.

앞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변화

  • 시간이 지날수록 자기 노출의 수준이 깊어질 수 있습니다. AI는 언제나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기 때문에, 단순한 하소연이 점차 가장 사적인 이야기로 확장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그에 비해 실제 인간 관계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자신의 인내심이나 체력의 한계 때문에, 아니면 시간의 부족 때문에 기계처럼 항상 완벽하게 반응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언제나 일관된 반응을 보이는 AI 시스템과 비교되어 덜 만족스럽게 보일 수 있습니다.
  • 정서적 기술이 약화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갈등을 견디고, 관계의 균열을 회복하며, 실제로 상처를 줄 수 있는 타인에게 취약해지는 능력은 반복적인 경험을 통해 형성됩니다. AI와의 대화는 이러한 연습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습니다.
  • 특히 외로움이나 상실을 겪는 사람들에게 과도한 의존이 형성될 수 있습니다. AI가 보조적 수단에서 대체 수단으로, 나아가 필수적 존재로 전환될 위험이 있습니다.
  • 시스템이 변경되거나 기대와 다른 반응을 보일 경우, 그로 인한 혼란이나 실망이 예상보다 크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유의해야 할 점

  • AI의 따뜻함은 설계된 결과이지, 실제 감정이 아닙니다. 배려하는 것처럼 보이는 반응이 곧 특정 개인에 대한 진정한 관심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 인간 발달 과정에서 상호성은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자신을 아는 타인의 의식이 그 앎을 통해 변화하고 영향을 받는 경험은, 아무리 정교한 시뮬레이션이라도 완전히 재현할 수 없습니다.
  • AI와 나누는 친밀한 대화는 신뢰할 수 있는 사람과의 친밀함과 동일한 의미의 ‘비밀’이 아닙니다. 데이터 처리 정책은 충성심과 동일하지 않으며, 많은 이용자가 자신의 정보가 어디로, 어떻게 이동하는지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민감한 내용을 공유합니다.
  • 대화 중 공유된 개인 정보는 서버를 거치며, 학습 데이터에 반영될 수 있고, 기록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대화의 따뜻한 분위기나 느낌이 데이터 처리의 제도적 현실을 바꾸지는 않습니다.
  • 만약 AI와의 관계가 주된 정서적 관계가 되었다면, 이는 진지하게 나의 상태를 돌아볼 필요가 있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충족되지 않은 욕구나 따뜻한 인간적 교류를 충분히 이루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입니다.
  • AI는 사고를 정리하는 동반자이자 감정을 완화하는 배출구, 혹은 연습 공간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서로를 알고, 그 앎을 통해 변화하며, 그럼에도 곁에 머무르기를 선택하는 삶의 ‘증인’이 되어 줄 수는 없습니다.